대학 D-155일

“더위를 느낄 여유조차 없어요”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날 그날은 새벽하늘이 아니라 한낮의 태양빛 아래서 마음놓고 웃으리라!”

김형용<아산고3>

수학능력 시험이 돌아오는 12월 23일로 잡혀있으니 정확히 115일 동안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야한다. 수험생들에게는 요즘 요란한 더위나 가뭄 등 세상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앉고 일어서는 반복 동작만 허용하는 책상넓이 공간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수험생중에 김형용(아산고3)군을 권곡동 송원독서설에서 만났다.

독서실 실장님이 인터뷰 문의를 받고 기자와의 대화를 오랫동안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선뜻 응했다는 김형용군의 첫 인상은 햇볕을 쪼이지 못해 헬쓱한 얼굴이었다. 무더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위를 느낄 여유도 없어요. 창문 밖을 쳐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대낮보다는 오히려 새벽녘이어야 마음이 편안해요. 이는 고요함이 주는 새벽풍경이 저의 마음과 일치하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나 봅니다. 그럴 때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학생들이 꿈 많은 고교시절을 이런 식으로 밖에 보낼 수 없나 하는 의문도 가지지만 그러나 어쩌겠어요. 저는 이안에 들어있고 현실은 변할 기미가 없는데..”라는 말로 지금의 심정을 대신했다.

이 학생의 하루 일정은 아침 6시 30분에 기상, 8시까지 학교보충수업 참석, 1시 독서실 도착 2기 취침. 대략 이런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독서실 내에서는 어떤 모임이나 잡담을 금하고 있으나 스터디 그룹만은 허용한다고. 그래서 시험과목 진행을 점검하고 정보교환도 하는 유익한 모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긴장이 안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김군을 믿고 계시는 부모님과 그밖에 많은 사람에게 실망을 시켜드리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린다고 한다. 그래서 이 학생의 좌우명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할 일을 먼저하라”이다. 지금 가장 김군에게 어울리는 일은 대입시험공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의지와 결심이 중요하다는 말로 어른스러움을 표하기도.

수학능력 성적이 나오면 적성에 맞는 제어계측학과에 들어가서 유능한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김형용군은 남아있는 115일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날 그날은 새벽하늘이 아니라 대낮의 태양빛 아래서 마음놓고 웃으리라고 말하는 김군에게 행운이 있기를!                       <이숙영 기자>

온양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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